2009 6월 29 - 15:34 익명 사용자
어린이행복도서관은 SK건설 영남고객센터에서 지역 어린이들의 독서증진에 작은 도움이 되고자 지난 2006년 6월에 개관한 작은 도서관입니다. 작은 규모이지만 많은 분들이 다녀갔으며, 두 번의 생일 잔치를 열기도 한 곳입니다. 개관 3주년을 맞아 어떤 생일 잔치로 함께 의미를 나눌 수 있을 까 고민하던 차에 "어린이 평화책 순회 전시회"를 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의미있는 행사가 도서관 측의 준비 부족으로 빛을 발하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이 많으셨는데, 같은 마음을 공유하게 만드는 책의 힘을 새삼 느끼며 소개를 시작할까 합니다.
전시회 기간 매일 오전에 인근 유치원들을 대상으로 단체 방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원래는 매주 월요일만 단체방문이 허락되는 곳인데, 전시회를 통해 많은 친구들에게 평화 느낌을 전하고 싶은 뜻을 모아 결정하였다고 합니다.
유치원 어린이들을 만나서 가장 먼저 물은 것이 '우리 친구들, 평화가 무슨 뜻인지 아나요?' 입니다. 전쟁, 왕따, 기아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척척 알아맞추는 아이들도 막상 평화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장난스레 총 쏘는 시늉도 해 가며 마치 전쟁이 즐거운 일인 듯 떠들어 대는 아이들을 보며 씁쓸한 미소가 떠오르는 걸 보며 나 또한 이 아이들과 마찬가지는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느 도서관에서나 서랍장을 받으면 긴장한다고들 합니다. 어떻게 설명해 주어야 하나 난감해 하고 부서지면 어떻게 하는 걱정과 긴장감. 행복도서관 역시 그런 느낌을 받았지만, 다행스럽게도 올 해 서랍장 속 물건들이 그리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라 안도의 깊은 숨을 쉬었답니다. 서랍장 속 물건들이 가진 의미를 전달하고 관련 책을 소개하는 등 쉴 틈없이 분주했는데도 '가져가지 말아주세요.' '부서지면 슬퍼요'라는 글귀가 정한 약속을 모두 지켜주어 더욱 뿌듯했습니다.
"평화 느낌을 그려보자"는 말을 이해하기 위해 열심히 책을 읽는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전시회를 진행하며 아쉬운점이 무엇이냐고 질문했더니 "후루룩 읽기엔 빽빽한 글귀들의 책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중고생 보다는 유치/초등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어린이 도서관이다 보니 처음처럼 나중에 끝날 때에도 새 옷 입은 듯 얌전히 있는 책이 조금 애처로워 보였습니다.
교실 밖 체험학습의 역할이 중요해지다 보니 전시회도 직접 보고 만지고 놀 수 있는 것이 많이 필요한 듯 하여 세계 분쟁지역에 자석 폭탄을 표시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더니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학습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책 제목으로 '몇 글자 몇 행시'를 적도록 했더니 숨겨두었던 어머니들의 글 솜씨를 엿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책을 읽고, 서랍장을 열어보고, 질문을 하면서 '평화'라는 말의 의미를 조금씩 이해하고 깨달아 가는 어린이들을 보며 해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전시회를 시작하길 잘 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행복날개에 우리들의 평화 소원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라며 한 글자 한 글자 가슴에도 새겼습니다.
아직 우리 모두가 꿈꾸는 그런 세상이 열리진 않았지만 마음껏 함박웃음을 짓는 어린이들을 보면 그 꿈도 머지않아 이루어 질 것이라 생각됩니다. 모두의 염원이 이루어지는 그 날까지 평화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도록 하나된 마음을 여기, 바로 이곳 행복도서관에서 부터 시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