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현실로 존재하는 이야기 둘(최종순)일본 국민주의의 어제와 오늘을 읽으면서 마음이 여러 가지로 복잡했다. 일본이 식민지 종주국이고 대한민국이 피식민지라는 사실만 빼놓으면 여러 가지 정황이 대한민국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서경식씨의 글 마지막 부분에 ‘일본 식민지의 피해국인 한국에서도 무자각적인 국민주의가 널리 뿌리를 뻗치고 있다는 것은 심각히 우려해야 한다’는 글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 글이 발제의 성격을 지니는 지 어쩐 지는 잘 모르겠지만, 글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로 복잡한 마음이 들었는데, 나로 하여금 그런 복잡한 마음을 가지게 한 여러 가지 상황 중 두 가지 이야기만 적음으로써 발제를 대신한다. 이야기 하나. 이승복의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와 요즘 아이들의 생각 1968년 10월 30일 3차에 걸쳐「울진·삼척지구」해상으로 침투한120명의 무장공비 잔당 5명이 군·경·예비군의 추격을 피해 북으로 도주하다 산 속에서 추위와 굶주림에 지쳐 다급한 나머지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노동리' 계방산 중턱 이승복군의 집에 들어가 공산주의를 선전하며 그들에게 동조해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이승복군이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항거하자 순식간에 가족을 살해하였다. 그러나 가족 중 이승복군의 친형인 학관(당시 15세)은 공비에게 36곳이나 찔리는 중상을 입고도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져 공비의 만행을 이웃에 알렸다. 이승복군은 반공 교육의 산증인이 되어 그 당시 국민 학교를 다녔던 모든 어린이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그 당시 정권은 이데올로기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국민 학교 2학년 어린이의 비극적인 죽음을 그들 정권 유지를 위한 교육에 이용했고, 또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용당했다. 후에 이 사건은 그 당시에 취재를 했던 조선일보의 한 기자가 현장을 보고 쓴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전해준 이야기만을 듣고 기사를 써서, 사실과는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승복 기념관은 건재하고 있으며, 역사의 산 교육터라는 이름으로 초등 학교 학생들의 현장 학습지로 활용되고 있다. 아래 글은 이승복 기념관을 방문한 한 초등학생의 글이다.

이승복 기념관을 다녀와서… (5학년 ○○○)지난 6월 25일, 우리 학교의 5-6학년 중 몇 명이 이승복 기념관을 다녀왔다. 학교를 출발한지 20분 정도 경과한 후에 우리는 속사리에 위치한 그 곳에 도착했다. 다른 학교의 어린이들도 와서 시끌벅적 하였다. 나는 이승복 기념관을 몇 번 다녀와서 낯설지는 않았다. 처음에, 우리는 평양학생 예술단이 공연하는 비디오를 보았다. 북한 이이들과 우리 남한 아이들이 손을 맞잡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노래를 불렀다. 남북한 어린이가 한마음이 되어서 부른 노래라서 더욱 감명 깊고 같이 부르며 흘린 눈물이 가슴속에 찡하고 와 닿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승복의 생가까지 왕복 행군도 하였다. 행군은 왕복 2시간 이상이 걸렸는데 너무 힘들었지만 행군을 하면서 먹은 주먹밥의 가슴 아픈 사연을 알게 되었다. 6.25전쟁 때, 피난길에 먹었던 주먹밥은 꿀맛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난 그 밥이 맛이 없어서 다 먹지 못했다. 그 때는 꿀맛이었던 주먹밥이 맛이 없는 이유는 지금 우리는 풍요로운 생활로 잘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아직도 이런 주먹밥조차 먹지도 못해 굶어 가고 있는데, 하루 빨리 통일이 되어서 결합하는 한민족,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노래를 다시는 부르지 않는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가슴 아픈 주먹밥을 다시는 맛 보아서는 안되겠다. 통일이 하루 빨리 이루어 지려면 우리들은 열심히 공부하여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부강한 나라로 만들어 강대국들의 간섭을 받지 않고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통일을 이루는 것이 우리의 크고 큰 소망이다.

윗 글을 읽으면서 몇 가지 의문이 들었다. 첫째, 무엇이 이 아이로 하여금 가슴 속에 찡하고 와 닿게 하는 것일까? 둘째, 이 아이가 바라는 통일이 정말 이 아이의 생각일까? 셋째, 정말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통일을 이루는 것이 이 아이의 크고 큰 소망일까? 여기서 이 어린이는 자기와 국가를 동일시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무엇이 이 어린이로 하여금 자신을 국가와 동일시하게 만들었을까? 이야기 둘. 국기에 대한 맹세와 애국가 제창 그리고 국민의식 옛날에 비하면 세상 살기 좋아졌다고 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면 정말 세상이 좋아지긴 했는데 정말 좋아진 세상인지 아닌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영화를 보러가서도 영화 시작하기 전이면 의자에서 일어나 영화관 큰 화면을 가득채운 무궁화꽃을 보면서 애국가를 들어야 했던 시절, 길을 걷다가도 애국가가 흘러나오면 그 자리에 서서 태극기가 걸려있을 만한 건물을 향해 가슴에 손을 얹고 의례 행위를 해야 했던 시절. 영화관에 서서 정말 자랑스런 조국의 모습이 가득한 화면을 보면서, 내가 왜 이래야 하는 거지? 난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보러왔는데,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듣고 싶지 않은 애국가와 보고싶지 않는 영광스런 조국의 모습을 왜 보아야 하는 거지? 그런 의문으로 가득한 나를 생각하며 역시 나는 불순 분자일까? 라는 의심을 수없이 해보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정말 세상이 좋아진 것은 맞는 것 같은데, 정말 그럴까? 온 국민의 행동과 사고까지도 국가가 규정해야 한다고 하는 것에 대해 아무도 저항하지 않고 견디었던 그 시대의 모든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은 마음이다. 어떻게들 그렇게 잘 견디었을까? 그런데 요즘 나는 학교에서도 또 같은 굴욕감을 느낀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저 학교에서 하는 일이고, 또 학교는 교육청의 지시에, 교육청은 교육부의, 교육부는 국가 시책에 맞추어 이념 교육을 한다. 그 이념 교육 중의 하나, 조회 이야기를 들어보자. 요즘도 월요일과 토요일 아침이면 늘 조회를 한다. 조회를 하면 당연히 들어가는 의례. 국기에 대한 경례와 맹세, 그리고 애국가 제창. 어린이들은 방송을 진행하는 어린이회장단의 지시에 따라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한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국기에 대한 맹세,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그리고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 애국가를 목청껏 부른다. 아이들의 그런 의식 행위를 하면서 나라와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얼마나 키워가고 있는 지는 잘 모르겠다. 요즘 아이들은 예전과 달라서 사실 그 의례를 너무나 귀찮아하고 있다. 그런데 참 우습게도 귀찮아하면서 하는 의례에 자신도 모르게 물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끔은 정말 견딜 수가 없어서 애국 조회 시간에 텔레비전을 틀지 않는다. 그러면 어김없이 아이들이 말한다. “애국가 나오는데 빨리 켜세요.” 왠지 목 뒷덜미가 스멀스멀한다.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은 기분 나쁜 느낌이 든다. 나는 초등학교 교사로서 자격이 있는 것일까? 아이들은 목청 높여 애국가를 부르면서 장난을 한다. 그렇게 월요일, 토요일의 1교시 수업 시간 10분 정도를 떼어먹으며 애국 조회, 반성 조회는 진행된다. 반 아이들을 보면서 동시에 생각나는 아이가 있다. 작년 10월 야마가타에서 전학 온 3학년 남자 아이의 순진한 얼굴이 생각난다. 그 아이는 일본 학교에서는 기미가요를 불렀을 텐데, 한국에 와서는 애국가를 부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자기 아버지의 나라 일본을 생각할까? 아니면 어머니의 나라 한국을 생각할까? 그 아이에게 국가는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위의 두 가지 일을 정리하면서 너무 힘들었다. 아마 너무 많은 생각들이 내 머릿속에 꽉 차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 머릿속에 그 수많은 생각이 교차했던 것은 내가 우리 사회의 주류가 아니라 비주류이기 때문이 아닐까? 대한민국의 교사로서 살아가고 있으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주류의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진달래꽃 노래를 가르쳤다고 북한을 찬양하는 교육을 했다면서 교육부는 나를 파면했다. 10여년의 실직 생활을 하면서 먹고 사는 것은 힘들었지만 마음만은 편했다는 생각이 든다.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교직 생활을 하는 동안은 꼬박꼬박 세금을 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원천징수되니까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그 세금이 정말 국민을 위해서 쓰여지는 지 알 수 없다는 생각, 또 내가 낸 세금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제대로 사용되었는 지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 한 걸음 더 나아가 내 세금이 폭력 정부의 힘의 원천이 된다는 생각에 화가 많이 났었다. 내가 낸 세금으로 그들이 날 파면하게 하다니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다행인지 어쩐 지는 알 수 없지만 해직 기간 동안 만큼은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좋았다. 10여년을 놀다가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또 나는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을 가지고 고민하면서 고전분투하고 있다. 오늘은 아이들에게 나누어준 저금통을 걷어야 한다. 처음에 그 저금통을 나누어 줄 때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남을 돕고 안 돕고는 개인의 문제이다. 그런 개인의 문제를 학교가 결정하고 학교의 모든 아이들에게 저금통을 나누어주고 한 달 동안 돈을 모아서 가져오라는 것이다.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나누어주었다.(몹시 착잡한 마음,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일일 계획을 보니 오늘이 저금통을 걷는 날이란다. 저학년 저금통은 꽉 채워져서 모든 아이들이 하나 빠짐없이 낸 것 같다. 우리 반 아이들의 저금통은 3분의 일도 채워져 있지 않다. 한 눈으로 보아도 나는 교육적인 교사가 아님에 틀림이 없다. 그래도 좋다. 하지만 쓸쓸하다. 글을 마치면서 서경식씨 글의 일부분을 다시 한 번 되씹어본다. ‘일본 식민지의 피해국인 한국에서도 무자각적인 국민주의가 널리 뿌리를 뻗치고 있다는 것은 심각히 우려해야 한다’ 무자각적인 국민주의가 널리 뿌리를 뻗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그 사실을 자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


감사합니다. 한, 두 마디만 드리고… (계속 이어서 발표를 듣겠습니다). 제가 아까도 여기서 나누었지만은(말씀드렸지만) 일본에서의 교육현장이나 뭐 학교의 상황이 계속 지난 20년 동안 나빠지고 있습니다. 저 자신도 대학교에서 가르치는 처지에 있습니다만 저의 그 파트너, 여자친구가 중학교 교사로 20년 가까이 일하다 그만 두었는데요. 그 때 파트너가 일 했을 때 맨날 집에서 들은 그 현장에서의 고민, 그런 것을 다시 여기서 듣게 된 그런 기분이 듭니다. 전교조 이야기인데 90년대 초에 이 나라가 문민정권이 되면서 오히려 일본의 그런 교사들은 “한국 전교조를 모범으로 배우자, 싸우자, 전교조하고 연대해서 버티자!” 이런 얘기가 한 때는 나왔었는데 지금 최 선생님의 말씀 들으면 그 때 그 전교조도 이런 일들에 대해서 별로 그렇게 정확한 정책이나 대안이 없었을 것 같고. 그것을 보면 좀 새삼스럽게 한심한 그런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나중에 또 말씀드리겠지만 교육이라는 것은, 특히 초중등교육이라는 것은 국가의 아주 기간이죠, 국가가 국민을 만들어 낼 때 아주 필수적인 조직입니다. 그러니까 거기서 일하시는, 특히 양심적으로 개인의 양심을 지키면서 그 일 하자는 분에 대해서는 이러한 고민이, 고뇌가 있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래서 거기서 그러니까 배워야 할 게 너무 많다고 저도 봅니다. 그런데 한 마디만 말씀드리면, 일본에서는 일장기 게양을 법적으로 강제하게 된 것은 90년대 말입니다. 99년에 그렇게 됐지요. 그 때 그렇게 되기 전까지 오랫동안 저항의 역사가 있었는데 결국은 졌습니다. 졌고 지금은 그런데 국회에서 그런 논의를 했을 때는 전부, 그때는 전부 “개인의 양심이나 사상의 자유라는 것은 헌법상 규정되어 있으니까 절대로 강제가 아니다!” 그런 거짓말 했어요. 그때부터 거짓말이라는 지적이 있었는데 말하자면 국민 다수가 합의했기 때문에, 방치했기 때문에 그렇게 됐지요. 지금은, 일본의 기미가요, 기미가요가 국가가 아닌데, 지금 저도, 저 자신이 일본 국가가 아니다라는 생각인데도, 일단 그것을 국가로 그 때 법으로 규정했다는 거죠. 그것을 졸업식에 반주해야 하는 음악교사가 거절했습니다. 거절했고 이 사람이 기독교인이고 기독교인으로서의 자기 자신의 양심의 자유에 비추어서 도저히 할 순 없다고 했는데, 그것이 대법원까지 올라갔었는데 결국은 패소했어요. 졌습니다. 문제는 법원의 판례, 판결의 내용인데 “헌법상 양심의 자유는 있다, 사상의 자유는 있다. 그런데 그것이 어디까지나 내심의 자기 자신의 마음속에서 그냥 지키고 있어라. 한편은 학교 현장에서는 교장의 명령이 업무명령이니까, 양심의 자유와는 달리 업무명령에 따라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런 판결이었어요. 대법원에서. 그래서 그것이 판례로 남았을 겁니다. 그래서 그것이 얼마나 일본 헌법뿐만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민주주의의 인권의 원칙에 위반되는 그런 내용인지 상식적으로 아주 쉽게 알 수 있는데도 그것에 대한 항의가 없어요. 일본사회에서는. 그래서 이 나라에서 오히려 그런 것이 이때까지 계속해왔고 박정희 시대나 그런 시대에(서부터요). 근데 여기서는 문민정권이 되면서 그 상황이 바뀌었다. 그러니까 시민적인 자유, 시민적인 자유의 주체로서의 국민이 자기 희생을 내고 자기 자신의 손으로 민주주의를 이겨 얻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안 그렇다’ 하는 얘기니까 저도 심각히 이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고 많이 느꼈습니다. 또 이거 한겨레신문 5월 4일자의 사설을 우연히 보았는데 국기에 대한 맹세를 강요한 시절이 아니라는 사설이 있는데 그것보고 나는 지금도 ‘이 강요를 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알았어요. (참가자: 지금 법제화하고 있습니다.) 참여정권도 그거 하고 있는 것을 보니까 문제가 심각하다 느꼈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조금씩 더 구체적인 이야기도 하면서 조금 더 보편적으로 이론화하면, 이론적으로 보면 어떻게 볼 수 있는지 대해서는 나중에 좀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그러면 다음은 이어서 이은정 선생께서 보고해 주시겠습니까?

(이은정님의 발표를 녹취하지 않고 작성하신 발표문으로 대신합니다. - 편집자)

일본 국민주의의 어제와 오늘(이은정)
진정한 상생과 화해로 나가가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현재의 문제는 무엇이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서경식 선생님은 이 막막한 질문에 답변을 제시하시고 있다. 스스로를 소위 보편주의자라고 규정지으면서도, 국민으로 갖는 자신의 특권은 당연시하고 국민의 영역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냉담한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면서 말이다. ‘일본 국민주의의 어제와 오늘’은 전후 일본에서 국민주의의 기원을 짚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거대담론인 국민주의를 역사적으로 통찰했으며 그로 인해 빚어진 현재의 문제를 담았다. 물론, 우리 일상은 거대담론이 아닌 지극히 미시적이고 구체적인 소상황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러한 소상황들은 우리 삶을 이루는 중요한 부분들이다. 그러나 삶을 좀더 살만하게 변화시키고자 할 때, 우리는 가시적 세계에만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우리의 삶 자체가 소상황-(매개상황)-대상황의 맥락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재일조선인의 소상황들을 국민주의라는 대상황과 연결 지어 설명하고, 이들이 관계하게 된 매개상황을 따져보는 작업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국민주의의 배타적인 면을 어떻게 지양해야 할 것인지의 ‘어떻게’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서경식 선생님의 저서 ‘난민과 국민 사이’에는 재일조선인이 탄광의 카나리아와도 같다는 비유가 있다. 동아시아의 평화까지도 위협하는 일본사회의 우경화를 가장 먼저 느끼고,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재일조선인들이라는 것이다. 제일 처음으로 경종을 울리는 탄광의 카나리아는 아니었을지라도 그 카나리아의 비명을 전달하는 동굴 속의 울림, 나아가 동굴 밖까지 퍼져나갈 수 있는 소리의 울림이 되는 것은 중요하다. 서경식 선생님이 말씀하신 모순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카나리아의 목소리는 향후 나의 삶에 중요한 화두가 될 듯싶다. 1. 내셔널리즘: 국민/국가/민족주의 내셔널리즘은 국민/국가/민족(nation)에 가치를 찾아내 사람들을 움직이는 이데올로기이다. 이처럼 내이션(nation)은 국민/국가/민족으로, 내셔널리즘은 국민주의/국가주의/민족주의로 다양하게 해석되기 때문에 각각의 차이를 날카롭게 의식하면서 용어를 구분하여 사용한 점에 주목했다. 실제로 내셔널리즘의 기원은 내셔널리즘이 국민주의냐 민족주의냐 혹은 국가주의냐에 따라 그 시기 설정과 발원지가 달라진다. ‘일본 국민주의의 어제와 오늘’에서는 전후 일본이라는 시.공간적 배경에서의 국민주의를 문제로 삼고 있다. 즉, 전후 일본 지배층이 천황제의 유지를 최우선 목표로 하여 구식민지 출신자를 제외한 야마토 민족에 의한 단일 민족국가로 재출발시킨 시점을 배타적 국민주의의 그 기원을 보았다. 이렇게 애매한 용어들을 구분하여 인식하는 것은 앞으로의 논의에 꼭 필요한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2. 배타적 국민주의 사전에 등장하는 국민주의는 ‘국민의 이익이나 권위를 지키고 확립하려는 태도나 경향’으로 정의되어 있다. ‘일본 국민주의의 어제와 오늘’에서는 국민주의의 여러 측면 중에서도 배타적인 성격에 대해서 지적하고 있다. 국민주의의 배타적인 속성은 국민의 형성 과정에 관한 연구들을 통해 설명된 바 있다. 국민은 국민에 속하는 사람들에게는 해방의 원리를 지녔지만, 이에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배제와 소외, 억압의 논리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국민으로서 특권층과 특권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을 확연히 구분하면서, 보편적 원리로서 ‘인간의 권리’와 실정법 내에서의 ‘국민의 권리’의 간극을 명료히 구분한다. 다시 말해, 오직 특정 국민일 경우에만 인권을 보호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국민’은 혁명적이라고 기록되는 태생에서부터 배제와 소외, 억압의 논리를 지녔다(최갑수, 2001). 이와 관련하여 노마드 서경식 선생님의 글 중에 유목적 삶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제국주의, 식민지배, 세계대전, 전지국적 시장경제 시대에는 무수한 사람들을 본래 귀속되어 있던 공동체로부터 떼어놓았다. 모어, 모문화, 역사로부터 추방된 디아스포라가 대량으로 지구상을 유랑하고 있다. 그리고 그 존재는 기득권 층에게 귀찮은 존재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위협의 존재가 되기도 한다. 결국 디아스포라 이야기는 극히 소수만이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고립되던가, 아니면 일종의 판타지가 되어 유목적 삶을 동경하는 따분한 다수자들에 의해 소비된다. 이만큼 디아스포라 문학은 성립하기가 어렵다. 나는 이 문제를 재일조선인의 입장에서 일본의 국민주의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좀 더 보편적인 국민주의의 문제라는 점 또한 강조하고 싶다. 복수의 정체성은 분열하고 있다는 상태 구식민지 출신의 디아스포라는 누구라도 고통 어떻게 그것을 융통성 없고 경계선 없는 삶의 방식이라 말할 수 있으며, 어떻게 그것을 쉽게 경계를 넘나드는 유목적 삶이라고 형용할 수 있을 것인가?(서경식, 2006)” 이 발제문에서 자크 아탈리의 노마디즘을 인용한 이유는 쉽게 경계를 넘나드는 삶을 의미하고자 함이 아니다. 이와는 달리 노마드에게 배제와 억압을 가하는 특권층(국민)과 그 배제의 과정을 설명하고자 함이다. (Nomad, 유목민)의 개념을 연결 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자크 아탈리, 2005). 국민주의와 관련해서 정착민이 이미 특권을 가지고 있는 국민이라고 볼 때, 노마드는 그 특권을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자크 아탈리에 따르면, 노마드는 대다수 시대, 대다수 사회에서 불법 혹은 범법의 차원에서 다루어졌고, 최선의 민주주의가 실현된 복지국가에서조차 노마드는 통제와 관리의 대상이었을 뿐 진정한 존중과 보호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국가를 중심으로 형성된 정착민들의 삶은 국경을 중심으로 한 폐쇄적인 구조를 가지면서, 부동성과 안정성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반면 노마드(혹은 노마드적 삶의 방식)는 정착민들의 삶에 침입하여 균열을 내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정착민들의 입장에서), 정착민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여겨진다. 그래서 정착민들은 노마드를 감시하고 통제하며, 낙인찍고, 추방할 방법을 부단히 골몰한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인두세, 주민등록, 인구조사 등의 제도이다. 가령, 인구조사(census)는 단순한 통계장치가 아니라 감시와 검열의 필요에서 등장한 장치이다. 그리고 국민이라는 특권을 가진 사람들은 주민등록증, 외국인등록증과 같은 종이에 불과한 것에 노마드의 정체성을 (임의대로) 기록하고, 이를 통해서 노마드에 대한 통제와 배제를 확대해나갔다. 국적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참정권을 주는 등 정착민들의 특권을 공고히 해가는 체계는 점차적으로 공고히 되어간다. 재일조선인의 경우 역사적으로 자발적인 노마드가 아니었다.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이동할 수밖에 없었고, 일본에 의해 노마드로 간주되어 감시, 검열, 금기, 추방의 우선대상이 되어 왔다. 게다가 일본은 재일조선인에게 일본 국가의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요한다. “나는 정체성이라는 말도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체성을 국가와 연결시키면서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나 자기의 식구가 누구냐, 이웃이 누구냐, 이런 것을 되풀이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갖지 않으면 우리 같은 '디아스포라'는 하루도 못 살 것이다(서경식, 2006).” 이 또한 정착민의 포용이라기보다는 재일조선인을 내부에 존재하는 타자의 한 모습으로 상정하고 배제하는 모습이다. 이는 때로는 내부의 단결을 꾀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내부의 단결과 동질성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타자’의 존재가 있을 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민주의는 국민의 이익이 강자의 논리로 기능했고, 국가를 갖지 못하거나 빼앗긴 식민지인들에게는 기본권 자체를 원천적으로 거부하는 논리를 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간의 보편적 권리와 국민의 이해관계를 조화시키기란 점점 어렵게 되었다. 3. 국민주의과 국가주의/ 국민과 국가 국민주의와 국가주의의 공범관계는 이미 예견된 관계이다. 왜냐하면 이 둘 모두가 국가 안에서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민이 국가를 정치적 표현물로 갖는 시민의 집합체이기에, 국가와 국민은 처음부터 불가분의 관계이다. 즉, 국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 내에서는 민주주의를 시행하지만(적어도 표방하지만) 국가 사이의 관계는 비민주적이고, 국가 내에서는 국익을 추구하여 ‘내부자’로 간주된 사람들에게는 민주주의와 시민권을 부여하고 구성원에 대하여 책임을 다하고 민주적 정당성을 지키지만(적어도 지킨다고 표방하지만), 일단 국가 경계 밖으로 나가면 국경 외부의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권리를 부정하게 되는 것이 바로 근대 국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체제의 작동 원리이다(Held, 2002). 4. 국민주의적 심성(무자각적 국민주의) ‘일본 국민주의의 어제와 오늘’에서 언급된 국민주의적 심성은 비단 일본뿐만 아니라 근대국가의 국민이라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공유되는 특성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그런데, 이 글의 의미는 단순히 국민주의의 배타적인 속성을 밝힌 것만은 아니다. 더 나아가 우리는 이 글이 보편주의자라고 스스로를 자처하는 사람들에게도 배타적 국민주의가 내면화되어있다는 점을 밝혔다는 점에 주목 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배타적 국민주의는 마치 공기처럼 너무도 일상에 밀착되어 있어서 그것의 존재를 의식하는 것조차 쉽지 않아졌다. 그것은 사실상 삶의 가장 근저에, 심지어 자아의 무의식적인 영역에까지 도달하고 있으며, 그러기에 그것을 초월하거나 극복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게 보이는 것이다(Billig, 2004). 그래서 스스로 보편주의자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조차도 이미 가지고 있는 국민으로서의 특권을 놓으려 하지 않고, 그들이 특권을 가지고 있는 것을 자명한 것처럼 묵인해버리는 것이다. 순차적으로 이 특권층은 보수파를 지지하고, 보수파는 다시 이를 강화하는 하는 사이에 배타적 국민주의의 영향력은 더욱 더 내재화 되어간다. 이것이 바로 무자각적인 국민주의가 우파, 보수정당을 지지하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이다. 역사적 책임은 뒷전으로 미루고 이와 같은 무자각적인 국민주의를 내재화시켜가고 있다는 데 일본의 국민주의는 문제가 있다. ※ ‘일본 국민주의의 어제와 오늘’에 등장하는 배타적 국민주의만 열거해보아도 다음과 같다. 일본의 다수자에 깊이 침투한 국민주의, 구식민지종주국의 다수자가 무의식중에 갖는 자국민 중심주의, 배타적 내셔널리즘, 내셔널리스트, 국민임을 조건으로 보장되는 일종의 특권의 역사적 유래에는 눈을 감으려는 경향, 극우정권(보수파, 우파)를 돕는 요인으로서 국민다수의 국민주의적 심성, 보편적인 인권과 같은 가치들에 대한 확신에서 생긴 것이 아니라 침략전쟁이나 식민지 지배라는 자국의 역사에 기원하는 책임을 부인하면서 국민으로서 스스로가 향유하고 있는 기득권을 지키려는 동기로 관철된 것, 현대 일본에서 국민주의의 전형적인민주의의 심성 특성, 투표권이 없는 외국인을 배제한 뒤 투표권이 있는 국민만으로 구성된 의회, 국민적 특권의 기득권층에 의해 성립된 의회. 5. 세계화와 국민주의 세계화는 일견 국민국가 체제를 흔드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전 세계가 국경을 초월한 인적 교류, 노동력의 이동, 자본의 이동, 기술의 이동, 다국적 기업 등으로 통하여 국경의 개념이 희박해지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국민주의를 약화시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강화되는 측면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세계화의 저항 담론으로 국민주의가 대두되기도 한다. 이는 정치권이 주도하기도 하지만, 시민세력의 든든한 후원이 있기도 하다. 일본의 경우, 북한과의 대립, 새 역사 교과서, 독도 등의 영유권을 둘러싼 해묵은 영토 분쟁이 밑으로부터의 국민주의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리고 국민주의의 대두가 재일조선인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이러한 국민주의의 강화되는 측면은 국제협력을 위해 만들어진 국제연합(UN)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국제연합 내에서도 200개가 넘는 국민국가들이 각 국익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성이 있다. 다시 말해서, 국제연합이 국민국가를 기본단위로 하면서 국민주의를 세계적으로 확산시킨다는 의견도 일견 일리가 있다. 한국의 '국민주의'도 일본 '국민주의' 흐름을 강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6. 대안은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오늘날 국민주의는 오히려 강화되는 측면이 있다. 국민국가의 시대는 끝났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도, 현존 국민국가 시스템은 당분간 계속 될 상황이다. 그렇다면 국민주의의 배타성을 극복할 대안은 무엇일까? 국민주의가 강화되어감에 따라 국민의 범주 밖에 위치해 있는 사람들이 더더욱 억압, 통제되는 상황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나는 아직 그 길이 무엇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방향성은 제시할 수 있다고 본다. 바로 민주주의의 확대이다. 본질적인 민주주의는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권리와 의무에서 자유롭고 평등하고 공정함을 의미한다. 본질적인 민주주의는 태생적으로 배제와 억압을 가지고 있는, 정착민의 이데올로기인 국민주의와 동행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우리가 기대하는 민주주의는 단순한 다수결 원리의 간접, 대의, 법정 민주주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민주주의는 정착민 즉, 지배집단 중심의 민주주의에 불과하다. 본질적인 민주주의는 특정한 국가에 구속되어 있지 않으면서도 누구나 어디서나 세계 시민으로서 각자의 권리를 향유할 수 있게 한다. 그리하여 민주주의가 세계의 모든 주민들을 정착민이든 노마드이든 인권을 보장되어야 한다. 서로 동행하기 어려운 속성을 가진 국민주의와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로 양립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국민이라는 ‘정착민’이 그 외의 사람들을 지배하고 통제해 온 역사를 돌아보면 과연 인간이 진정한 평등, 민주주의의 방향으로 진화해 가고 있는지 의문도 든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언제까지나 진행형인) 본래적 민주주의를 지향해가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현재의 갈등 과정을 거치면서 좀 더 나은 민주주의 사회가 자리 잡을 것을 기대해본다. 이를 위하여 우리가 진정 성찰하고 반성해야 할 것은 우리 안의 국민주의부터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본질적인 민주주의를 발견하고 존중하는 자세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일본의 국민주의의 강화되는 현상을 비판함과 동시에 한국의 국민주의, 더 나아가 보편적인 국민주의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성찰과 비판을 해야 한다. 이는 근대의 국민주의의 단단한 헤게모니를 해체하는 작업의 출발점이다. 지금까지 국민의 권리에서 배제된 사람들을 포용하려는 노력을 해야 허점을 보완할 수 있다. 보편적 인권과 국민의 특권 사이의 미묘한 긴장관계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7. 마치면서(해석학적 순환) * 어린 시절 지도를 펴 놓고 나라들의 이름과 수도를 기억하고, 각 나라의 민족적 특성, 인구, 산업 등을 비롯한 특징들을 사실(fact)인 것처럼 외우기도 했다. 그리고 국경선을 그리며 이 세계를 그리고, 조각내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고정적인 실체인 것처럼 국가, 국경선을 중심으로 암기했던 기억들. 이것이 정착민의, 특권을 가진 국민 중심의 접근 방식이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한 채 말이다. * 러시아 우수리스크에서 고려인 봉사활동을 하고, 교토의 재일조선인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재일조선인 음악가 양방언의 음악을 좋아하면서 재일조선인에 대한 관심이 커져갔다. 아주 소소한 경험으로부터 시작했지만, 이 모든 것들이 소중한 접점이었다. 최근재일조선인의 소상황, 매개상황, 대상황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알아가면서(안다는 말에 어려움이 있지만), 나는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달았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정착민의 눈에 갇혀서 살아왔는지 일깨우게 한다. * 궁금증은 부끄러움으로, 그 부끄러움은 알고자 하는 마음으로 변해갔다. 모르는 것이 부끄러웠지만, 더 이상 모르고 있지 않기 위해서는 잠깐의 부끄러움은 무릅써야 한다. 알기 위해, 앞으로는 잘 모른다고 하지 않기 위해 발제를 맡았다. 부단히 알려고 노력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한 것을 글로 옮기는 동안의 과정이 의미가 있었다. 이 모임은 모두에게 시간이 남아서 하는 파적(심심풀이)이 아니기에, 부족하지만 열심히 준비하려 했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이데올로기는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사람들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하고,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이데올로기는 마치 '색안경'을 쓴 것처럼 획일적 가치를 제공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언제나 긍정적인 이데올로기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상황마다 잠정적 가치판단을 하고, 그 때마다 믿는 것을 가지고 행동을 한다. 이러한 이데올로기는 쉽게 변하지는 않지만, 변함없이 고정되어 있지도 않다. 이러한 희망이 있기에 이 모임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만남을 통해, 서로 충돌하고, 타협하고, 저항도 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낳는다. * 5월 10일(목) 오후 3-5시,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소천국제회의실에서 아사히 신문 논설주간인 와카미야 요시부미(若宮啓文)의 강연이 있을 예정이다. 강연 제목은 ‘일본의 내셔널리즘과 아시아의 화해’이다. 서경식 선생님이 진상규명 없이 화해와 용서를 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씀 하신 것이 떠올랐다. "나는 '화해'라는 말을 너무 쉽게 내뱉는 것에 반대한다. 도서출판 삼인에서 나온 의 공동저자 다카하시 테츠야 선생에 대해 말하겠다. 다카하시 선생은 화해, 진상규명, 용서 이 세 가지에 대해 말했다. 진상규명 없이 화해와 용서를 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본사회의 경우, 화해와 용서라는 단어가 진상규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진상규명은 진정한 화해와 용서를 찾기 위한 기본인데도 마치 진상규명이 용서와 화해를 가로막는 장애물인 양 인식되고 있다. 원리적으로 보면, 죄가 있어서 용서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죄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재일조선인의 쓰라린 경험에서 비춰보자면 식민지배가 있었는지, 누가 식민 지배를 했는지, 누군지 알아야 죄를 물을 수 있고, 용서도 할 수 있다. 그런데 누가 왜 식민 지배를 했는지도 모르는 데 어떻게 용서와 화해를 할 수 있는가. 그런데도 사람들은 화해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 그 이유는 철저하게 해결하지 못한 애매한 역사가 이어져왔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자꾸 화해라는 말을 쓰는 것이다. 1923년 관동대지진이 왜 일어났는지, 그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도 80년이 지난 지금까지 조사하거나 사과를 받지 못했다. 피해자도 가해자에 대해 용서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용서를 하기 위해서는 진상규명, 진실을 밝혀내는 게 필요하다. 가능한 한 섬세하게 조사하고 진상규명의 노력을 하지 않는 한 다음 시대로 넘어갈 수 없다. 과거사 청산은 애매한 화해를 위한 게 아니다." 이를 염두에 두면서 강연의 물음을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강연의 요지  왜 일본에서는 고이즈미 수상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아베 정권의 탄생 등과 같은 우경화와 내셔널리즘이 대두되고 있는 것인가?  왜 일본은 독일처럼 자신이 행한 전쟁 전의 일들을 확실히 단죄하고 깨끗하게 사죄하지 못하는 것인가?  왜 일본은 북한의 납치문제에 그렇게까지 분노하고 있는가?  일본은 실제로는 한반도의 통일을 바라지 않는 것이 아닌가?  일본은 헌법 9조의 개헌을 통해 전전(戰前) 일본을 지향하고 있지는 않은가?  또한 한국과 중국에 뿌리 깊이 박힌 반일(反日)과 새로운 형태의 내셔널리즘의 출현에도 주목한다고 한다. 제가 일본의 국민주의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글을 썼는데, 그것을 중복해서 이 자리에서 읽어나갈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여러분(께서) 미리 읽어주셨을 거고 필요가 있으면 나중에 또 다시 보실 수 있으니까 이 글을 쓴 문제의식에 대해서만 한, 두 마디 먼저 말씀드리죠. 국민주의라는 문제의식 하나는 여기서 국민주의라는 말을 썼어요. 그런데 지금 이은정 선생께서 발표하셨듯이 국민주의, 국가주의, 민족주의. 그리고 민족주의도 저항적인 민족주의라던가, 적극적인 민족주의라던가 여러 가지로 개념들이 섞여서 혼란되어 있습니다. 지금도 그렇고요. 일본에서 제가 겪은 경험으로는 오히려 저 같은 사람을 대상으로 비판할 때 민족주의라고 해요. 일본사람들이. “서선생, 너무나 민족주의다!”고 해요. 과연 난 민족주의자일까? 그런 것을 많이 느꼈는데(요). 한 지난 15년 동안 그런 경험들 많이 했었습니다. 특히나 제가 대학교에서 일할 때 동료라던가 이런 사람들은 비교적으로 일본에서는 리버럴하고 절대로 우익이 아닌 사람들이에요. 일본 전쟁 후 민주주의의 바로, 뭐라고 할까? 적자? 거기서 제대로 자라난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이 특히 그렇습니다. 특히 90년대 초에 베네딕트 앤더슨의 ｢상상의 공동체｣라는 책이 번역되면서 “선생님, 아십니까? 국가라는 것은 상상의 산물이에요. 선생님도 이제 국민국가 시대가 끝나니까 더 이상 조선사람, 조선 이렇게 고집하지 말고 벗어나셔야지…” 하는 얘기를. (청중 웃음) 동료들이, 양심적인 동료들이 호의로 그런 얘기 많이 했어요. 그렇게 해서 15년 가까이 지나서 일본 국가가 어떻게 되었는지? 일본이라는 나라가 전체로 볼 때 국가주의를 벗어났는지 하면 절대로 그렇게 안 되었어요. 정 반대방향으로 왔었죠. 그리고 그런 양심적인 동료나 일본의 지식인들이 그런 흐름에 대한 저항조차 제대로 못했습니다. 못한 채 왔습니다.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그런 것이 문제의식이었어요. 그러니까 그냥 민족의식이라고 하지 말고 국민주의라는 개념을 다시 세우고, 국민주의라는 것은 의도적인 민족주의, 국수주의, 자기민족 중심주의, ‘일본사람이 세계최고다! 대한민국이 IT 강국이 되어야 한다!’ 이런 것 말고. 그냥 그런 주관적인 민족의식 없어도 ‘민주적인 국가의 국민이다 - 그런 그 최소한의 수준이라도 배타적일 수 있다’는 것을 한 번 쯤 따지고 생각해야 한다… 하는 것이 문제의식 중 하나입니다. 두 번째는 여기 (제 원고에서) 그 일본의 국민들의 심성의 구체적인 예로 젊은 학생들의 감상문 여러 가지로 예를 들었어요. 제가 90년대에 릿교(立敎)대학교나 호세(法政)대학교나 이런 데서 가르치고 있을 때에 학생들이니까. 한 사람 한 사람 보면 그래도 얌전하고 그래도 그렇게 공격적이 아니고 하는 학생들이에요. 특히 저 같은 교수 앞에서는 아주 약하고 하는 사람들인데도 따지면 (배타적이고 국민주의 심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여기서 예를 들었습니다. 그런 심성, 경향성 지니고 있는 것이 어떤 것일까? 그러니까 피상적으로 공격적인 민족주의만 비판하고 있으면 이런 내부, 바탕에 있는 것을 제대로 비판할 순 없다. 이렇게 생각한 것이 두 번째 이유입니다. 세 번째는 여기 보편주의에 대한 비판이 나와 있는데, 세 번째는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책임문제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로 생각한 바가 있었어요. 예를 들어서 우에노 치즈코(上野千鶴子)라는 유명한 페미니스트 학자가 있지요. 이 사람하고 저하고 나머지 두, 세 사람하고 같이 심포지엄 했던 적이 있었어요. 우에노 치즈코가 물론 페미니스트, 말하자면 진보적인 페미니스트니가 이른 바 극우파처럼 옛날에 일본 군국주의나 일본의 제국주의가 하던 그런 짓을 정당화시키려는 그런 생각은 없는 사람이에요. 적어도 그것은 약속할 수 있지. 그런데 일본사람의, 현대 지금 살고 있는 일본 국민들의 책임에 대해서는 아주 애매합니다. 특히 젊은 세대, 그리고 여성에 대해서는 옛날에 과거에 일본 정부, 남성중심주의 사회에서 국가에서 벌어진 그런 일의 책임을 어떻게 따질 수 있는지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런 질문, 그런 의문 자체가 아주 포괄적으로 일본사람이라는 틀을 만들고 “너는 일본사람이라는 낙인을 찍고… 그런 사고방식이니까 그것이 오히려 국민주의다”라는 비판을 했어요. 저에게. 그런데 과연 그럴까? 그러면 지금 젊은 세대, 일본사람 젊은 세대에게 제가 옛날에 과거의 일본 군국주의나 식민지주의의 여러 가지 죄, 책임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하는 문제가 나오지요. 그럴 때 저는 많이 고민도 했지만은 제가 말하자면 ‘사이비 보편주의’하고 싸우고 ‘이것을 넘어야 한다, 극복해야 한다.’ 그런 문제의식을 많이 갖게 되었습니다. 국민적 책임 여기서 이 얘기를 너무 길게 하면 안 되지만은, 그럴 때 제가 우에노 치즈코에 대한 비판으로 이런 얘기 했습니다. 저는 일본에 살고 있는 재일조선인으로서 국가에 행위에 대한 책임이 가장 가벼운 처지에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대한민국 국적 가지고 있는데도 대한민국에서 무슨 어떤 혜택이라고 할까요? 보호를 받은 적이 하나도 없어요. 오히려 억압만 받아 왔죠. 그런데 그러면 나하고 대한민국 국가가 국가정책으로 행한 베트남전쟁, 베트남파병, 베트남에서의 학살, 민간인 학살 그런 일에 대해서 어떤 관계가 있는지?, 나는 절대로 관계없고 책임 없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심각히 생각했습니다. 결론은 나에게 그래도 책임이 있다고 저는 생각했어요. 그거 뭐냐 하면은 하여튼 제가 대한민국 국민으로 있는 것으로 일본에서 생활할 때 별로 그런 이익이 없지만 최소한 여권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여권이 있어서, 있기 때문에 여기 올 수도 있고 해외여행도 다닐 수 있어요. 그런데 저는 프랑스 갔을 때, 프랑스에서 어떤 중국요리집으로 들어갔는데 제가 그것 잘 못 알았고, 중국요리집이 아니고 베트남 요리집이었습니다. 베트남요리집 주인을 보면 호치민을 아주 닮은 사람이었고요, 저에게 다가와 “일본사람입니까?” 했어(요). 일본사람들이 그 때 돈이 많은 관광객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싱글싱글 웃으면서 “자뽀네?” 했어요. 저는 그때까지는 계속 해외여행 다니면서 “일본사람이냐?” 하는 그런 질문 받았을 때 “절대로 아니다, 나는 일본사람이 아니다”는 얘기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그 때만… (청중 웃음) “일본사람 아니고 한국사람이다.” 하기가 너무 불편하고 너무 어색했어요. 왜냐하면 베트남사람들이 한국이라는 국가가 파병한 군(軍) 때문에 얼마나 시달렸을까? 이 사람이 보트피플, 난민일지도 모르고 난민이면 한국에 대한 어떤 감정이 당연히 있을 거고, 하는 그런 그 마음속의 복잡한 느낌(을) 처음 그 때 겪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럴 때 ‘아, 나에게 책임이 있다. 최소한이지만 책임이 있다.’ 왜냐하면 그 때 전두환 정권 때에요. 제가 처음 해외에 가게 되었을 때. 바로 베트남으로 가 가지고 거기서 학살 행위에 직접 책임이 있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모시고 있는 국가, 그 국가에서 주어진 여권을 가지고 제가 다니고 있다는 것이 ‘이 국가가 하는 행위하고 나는 상관없다, 책임이 없다고 할 순 없다’고 제가 생각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어떤 책임이냐 하면, ‘그래도 아무래도 처벌받아야 할 정도가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정부를 바꿀, 그런 정부를 비판하고 싸우고 그런 정책을 바꿔야 하는 책임이 있다. 제대로 그것을 이겨내지 못하는 책임이 있다’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고를 했을 때 그것이 말하자면 국가의 국민이 되는 것은 스스로가 원해서 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민이 되면서 그런 책임의, 말하자면 (책임의) 망에 우리가 갇혀 들어가게 되는 것이지요. 그것이 그러니까 ‘국가가 준, 국가한테 받은 여러 가지 권리만 향유하면서 관계가 없다, 책임이 없다는 얘기가 말도 안 되는 얘기다!’(는 것이지요). 재일조선인이면 누구나 느낄 것인데 비디오 대여점에 가서 비디오 하나 대여할 때조차 일본 국민이 아니므로 여러 가지로 불편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신용카드 가입이라던가 골프장에 회원가입이라던가 여러 가지로 그런 여러 가지 불편함을 안 느끼는 일본사람들이 일본국가가 행한 그런 침략이나 식민지 지배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는지? 그것이 자기 자신이 일본이라는 근대 민주우의 국가의 국민으로서의 책임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지!’ 라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것이 조금 더 자세하게 얘기해야 하지만 그런 세 가지 - ① 주변에 있는 양심적인 일본 지식인들의 국가관, 민족관에 대한 의심, 의문. ② 그리고 젊은 사람들에 대한 교육. ③ 세 번째는 일본의 국민국가 시대가 이제 끝났다고 하는, 말하자면 보편주의자들에 대한 문제의식, 이런 세 가지 이유로 제가 일본 국민주의를 제대로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 것이 중심으로 해서 이 글 안에서 많이 거론했는데 가토 노리히로(｢사죄와 망언 사이에서｣)라던가 일본의 전통적인, 60년대 이후의 말하자면 시민파 리버럴의 맥락을 잇고 계승하고 있는 사람들의 국민주의 - 이것이 아주 큰 장애요인이라고 할까요? 일본을 위태롭게, 동아시아 평화를 위태롭게 하는 요인으로 부각되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유슈칸에서 그런 것을 먼저 말씀드려놓고 지금부터 조금 몇 가지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아까 제가 유슈칸, 야스쿠니 신사 유슈칸 전시관에 갔다고 했습니다. 거기서 선전영화를 상영했었어요. 한 50분짜리인가? 되풀이 중복해서 상영하는데요. 라는 제목으로 뭐 일본의 전쟁 때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서 국가를 지켜준 병사, 군인들을 잊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거기서 제가 느낀 것은 많이 있었는데, 두세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조선사람도 대만사람도 그 영화에 나와요. 같이 싸웠다고 해서. 조선사람도 대만사람도 일본 식민지 지배를 좋아했었고, 환영했었고, 또 감사, 고마운 마음으로 있었고 같이 싸웠다. 그런데 대만의 원주민 출신 사람들은 몇 사람 영화에 나와서 인터뷰를 받았었어요. 일본말로. 그 때 배운 일본말로. 한국, 조선사람은 안 나왔어요. 그래도 저 사람들은 조선사람도 같이 싸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같이 싸우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가 일본에 저항해서 싸웠다!”는 그런 역사관,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데 과연 그럴까? 과연 그럴까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핵심적인 문제다. 그러니까 친일파 청산이라는 중요한, 지금도 아주 중요한 문제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너희들은…” 일본사람 처지로 보면 “너희들은 우리(일본)에게 저항했다, 저항했다 하는데 과연 그럴까? 우리하고 같이 싸웠고 거기서 덕을 보고 좋아했던 사람들 있지 않느냐? 지금도 있지 않느냐?” 하면은 그렇게 돼요. 중국하고 우리 조선이 다른 점은 거기에 있습니다. 중국은 물론 친일파도 있었고요, 한간(漢奸)이라고 해서 친일파 청산과정도 있었는데 중국은 식민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게 해서 되었지만 우리에게는) 식민지 식민들은 식민지 종주국하고 같이 싸웠는지?, 식민지에 저항해서 싸웠는지? 그것이 정체성 문제에 가장 핵심적인 문제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 친일파 청산문제가 많이 그 거론되어 있는데도, 그런 문제하고 연결시켜서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이 시점에 있어서도 과거사 청산(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생각하고), 여기 이 시점에 있어서 우리들의 조선민족의 조선인들의 (역사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우리들은 일본사람하고 같이 싸운 것이 아니라, 일본사람에게 저항해서 싸운 거다, 아니면 일본사람에게 저항해서 싸운 사람들의 나라다’는 그런 방향으로 의식적으로 가야하지 않는 한, 저 일본사람들의 선전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고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 사람들이 2만 7천 명 대만사람하고 2만 2천 명 조선사람들의 영령을 야스쿠니 신사에 지금 제사하고 있다, 합사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것을 안 된다고 할 가장 큰 이유가 그것이에요. 우리는 너희들에 대항해서 저항해서 싸웠다는 것을 다시 되풀이(해서) 우리가 의식해야 하고 교육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두 번째는 일본사람들이 거기(유슈칸)서 아주 천진스러운 순진한 병사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상영하면서…, 특공대나 이런 사람들 잘생긴 병사들만 잘 골랐죠. (청중 웃음) 거기서 나레이션이 “우리들은 타자의 땅이나 재산을 약탈하기 위해서 빼앗기 위해서 전쟁한 적이 없다, 그런 의도는 하나도 없었다, 그냥 순진하게 자기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이나 고향이나 나라를 지키려고 싸웠을 뿐이다”라는 나레이션이 아주 감동적으로 울려요. 그거 바보의 이야기입니다. 왜냐하면 전쟁 자체가 어떤 성격이었는지 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의 병사가 어떤 어느 정도의 수준이었는가 하고 다른 문제죠. 그렇지요? 그 의도가 ‘천진스럽다’, ‘한 사람 한 사람 순진(한 사람)이었다’는 것이 ‘너희들의 전쟁이 침략전쟁이었다’ 하는 비판에 대한 대응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완전히 엇갈려요. 엇갈리는데 그런 엇갈림을 좋아하고 그런 엇갈린 설명으로 납득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기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병사 한 사람 한 사람이 (나쁘지는 않다), 일본의 침략전쟁 비판하는 사람들은 일본사람들을 나쁜 사람이라고 하는데 일본사람은 나쁜 사람 아니다. 우리의 할아버지나 아버지는 절대로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이죠. 그런데 한 사람, 한 사람이 나쁜 사람이었는지 따지고 있는 것 아닙니다. 그거 말고 국가의 정책으로서의 침략전쟁에 책임을 묻고 있는 거죠. 근데 거기 엇갈리죠. 그런 엇갈림이 쉽게, 아주 쉽게, 아주 간단하게 받아들여지게 되는 그런 이유, 그 이유가 바로 국민주의다! - 하는 것을 느껴요. 제가 여기 한국에서도 전쟁기념관이나 (그런 곳에) 별로 갈 기회가 없지만은 일본 같은 경우는 그런 뭐라고 할까, ‘도덕적인 피해자 의식’(이라고 할까요). 일본 자체가 ‘19세기말부터의 백인 제국주의의 위협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자위전쟁으로 전쟁(이) 벌어졌다, 청일전쟁, 러일전쟁도 그렇다, 그래서 특히 태평양 전쟁 같은 경우는 미국이나 그런 강대국들이 일본을 고립화시키고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기 의도(가) 아니게 전쟁은 벌어질 수밖에 없었고 그런 전쟁에 비극적으로도 많은 천진스러운 순진한 사람들이 희생했다, 그 희생위에 우리들의 삶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그런 거예요. 그러니까 여기서는 어떤 일본사람, 일본이라는 나라의 특유한 피해자의식이 있어요. 이 전쟁이 정당한 올바른 전쟁이었다고 큰소리로 주장하기가 어려워요. 큰 소리로 주장하면은 미국에 의해서 비판 많이 받겠죠. 일본 아베 총리가 그렇게 된 것처럼. 그러니까 전쟁에 졌다는 것이 사실이니까. 전쟁의 목적이나 성질에 대해서는 맞서 반격할 수는 없고.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사람이 한 사람, 한 사람은 좋은 사람이었다’는 것이 이 사람들의 자기 윤리적인 정당화 때문에 항상 하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세 번째가 ‘지금 우리가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이거 이 바탕에 이 원인에 중요한 것은 이 사람들의 희생 덕분이다’(라고 하는데) 논리적으로 그렇고, 과연 그럴까? 죽을 필요가 있었는지? 지금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는 이유가 전쟁 때문인지? 아니면 일본 고도성장에 희생된 노동자나 세계 각국의 이러한 사람들의 피와 땀 때문인지 하는 그런 것을 따지지 않고 그냥 지금 있는 그 생활을 시발점으로 해서 그것을 긍정하면서 ‘이렇게 된 것은 그 사람들 덕분이다, 이 사람들은 순진(한 사람들)이었다, 천진스럽다’는 얘기를 하는 그런 그 미화하고 신화화하는 얘기가 되어 있는 겁니다. 자, 이것이 한국하고 어떤 점에서 다르고 어떤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지 우리가 따지고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은 베트남 전쟁이 있었는데, “있었는데”라고 가볍게 얘기하면 안 되지만 그래도 역사적으로는 제국주의국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일본하고는 다릅니다. 그래도 ‘지금 생활이 좋아졌다, 지금 잘 살고 있다, 이 생활의 바탕에 우리 국가를 위해서 희생한 여러 가지 국가수난자, 국가유공자 여러분 덕분이다’라는 것이 과연 그럴까? 여기를 시발점으로 해서 과거를 막연하게 포괄적으로 정당화하는 그런 논의, 레토릭에 문제가 없을까? 문제가 있는데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넘어가는 것은 국민주의적인 심성 때문이 아닐까? 이런 것을 생각해야 한다는 겁니다. 네 번째는 거기서 영화를 보고 있으면 아주 착하게 보이는 아주 잘생긴 여자, 아마 중학생이지?, 학생이 한 사람이 영화에서 나왔어요. 영화에서 학생이 인터뷰하는 것 보니까 “유슈칸 와보고 특공대 유물이나 이런 것 보고 자기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눈물을 흘렸다, 눈물났다.” 얘기하고요. “아무것도 몰랐다. 학교에서 안 가르쳐 줬다. 우리가 많이 배워야 하고 잊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 하고 있어요. 아주 착해요. (그 학생이 인터뷰에서 말하는 것을) 보니까 ‘불편하다! 어색하다! 왜 그럴까?’ 생각했는데, 이 사람이 우익이니까 하는 것 아닙니다. 그러니까 너무 보통이니까, 보통 일본사람이니까 오히려 불편하죠. 제가 볼 때. 게다가 제가 일본에서 곳곳에서 강연을 해왔어요. 재일조선인의 역사라던가, 재일조선인의 지금 겪고 있는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라던가, 일본하고 조선의 역사라던가. 아, 지금 여러분께 드리고 있는 그런 얘기들. 일본 시민들이 이렇게 모이죠. 모이고 강연 끝나면 똑같은 표정으로 똑같은 얘기를 해요. “아무 것도 몰랐습니다. 학교에서 안 가르쳐줬습니다.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해서 눈물 흘립니다. 똑같아요. 그걸 알게 되고 그거 깨닫고 너무 불편했어요. 그러면 저는 그럴 때 제가 너무 지독하게 이런 것을 느끼는지 모르지만, 그런 시민들, 저의 제 얘기를 듣고 감동했다고 했던 그런 시민들도 별로 다름이 없었던 것 아니냐 하는 겁니다. 자, 어떨까요? 그리고 유슈칸에서 나와서 야스쿠니 신사(를) 조금(만) 걸어 다니면, 뭐… 뭐랄까요? 소위 우익들이 걸어 다니고 있는 것 아닙니다. 검은 옷을 입고 이렇게 군대식으로 행렬하고 다니는 것(이) 아니고 아주 평화스러운 가족들이 많이 와있어요. 그러니까 핵가족이라고 할까요? 젊은 부부하고 아이. 디지털 카메라 사진 찍고 서로 웃고 했었어요. 평화스러워요. 그거 그대로 이 사람들이 야스쿠니 신사가 아니고 히부야 공원 가가지고 평화집회에 가도 별로 위화감이 없는 이질감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니까 일본이라는 나라가 우익화가 되었다는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일본 시민들이 국수주의자나 아주 확신적인 무슨 극우파나 그렇게 된 것 아닙니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일본에 관광이나 뭐 유학 온 여러분이 처음에 와서 “이 나라 - 한국에서의 학교에서 일본이라는 (나라와) 일본사람에 대해서 여러 가지 배웠고 선입견 있었는데 와보면 전부 다 얌전하고 좋은 사람들이다” 합니다. 그거 엇갈리고 있어요. 그러니까 그것이 영화의 선전하고 똑같은 구도에요. 침략전쟁이라고 하는데 “한 사람, 한 사람은 좋은 사람이었다!” 하는 얘기하고 똑같은 얘기(가 바로) 그거에요. “일본사람 한 사람 한 사람 좋은 사람이었다!” 하는 거 하고 “일본이라는 나라가 과거의 침략을 정당화하면서 앞으로 세계에 있어서 아주 위험한 역할을 하려고 하는 나라다” 하는 거 하고는 다른 측면이고, 또 한 사람, 한 사람 얼마나 좋은 사람인데 좋은 사람 스스로가 그런 (위험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라는 겁니다. 악질적인 나쁜 사람만 그런 악질적인 것 하면은 문제가 간단해요, 쉽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은 여기가 한국에서 유공자라던가 국군의 날이라던가 아까 얘기가 나온 국민의례라던가 그런 것을 하고 있고 한강공원에서 어린이 날이나 되면 가족끼리 놀러가시고 하는 여러분하고 야스쿠니 신사에 와 있는 일본 시민하고 다름이 없다(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름이 있는지?” 하는 의문이지. 그러니까 저쪽에 아주 호전적인 군국주의자가 있고 이쪽에 아주 평화지향의 자각된 시민들이 있다는 그런 구도가 아니란 말이지. 그러니까 바꿔 말하면 ‘이 나라도 그렇게 될 수 있다.’ 그렇게 될 수 있다기 보다도 ‘그렇게 되어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 제가 이번 에 느낀 것입니다. 국민주의란… 그런 얘기를 해놓고 (이제는) 국민주의에 대해서 조금 더 몇 마디 덧붙이겠습니다. 국민이라는 개념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국민의 외부가 필요해요. 이 부분이 국민이라 하면 ‘국민외(外)’가 필요해요. 세상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국민이면 국민주의가 성립되지 못해요. 국민이라는 중심부가 있으면 많이 있는데 세 가지 이런 장벽이라고 할까요? [그림] 국민 ) 정주외국인 ) 여행자 ) 사람 그런 것 있다고 봅시다. 문(국민-정주외국인 사이의 門)이 있고, 문(정주외국인-여행자)이 있고, 문(여행자-사람 또는 외국인)이 있지요. 여기서 이렇게 들어가고, 들어가고, 들어가고요. 여기(가장 바깥 원의 외부)가 외국인이지요. 외국인이라고 하면 외국 국적이 있는 것이니까 그냥 사람이라고 할까요? 인간. 국적이 있어도 없어도 보통의 인간이 예를 들어서 일본으로 여행가고 (싶은 경우가 있겠죠?)…. 지금 비자가 필요해요? 단기여행? (필요 없습니다.) 그런데 그 어느 시점까지는 필요했었죠? 그러니까 여기가 그냥 관광. 한국은 한국에 일본사람 올 때는 비자가 필요 없고, 미국사람도 필요 없고 중국사람 필요하죠? (예) 그러니까 어떤 사람은 필요하고 어떤 사람은 필요 없다고 하는 그런 문이 여기(여행자-사람 또는 외국인의 사이에) 있다는 거죠. 여기 열고 닫는 것(입국허가)은 누가 해요? 누가 문을 여닫는 권한을 가지고 있죠? 국가죠. 국가, 정부다. 여기서 그냥 있는 정주외국인이라고 할까요? 그러니까 이 사회에서 3개월이나 6개월이나 유학이나 일이나 이런 이유 때문에 어느 정도 장기간 사는 사람들. 여기도 그런 거주 자격 필요하죠. 여기서 국민이 되는 것 귀화지. 국민이 되어 버리는 것. 이렇게 쉽게 말하면, 더 많이 있는데 (간단하게 말하면) 세 단계가 있어요. 이 세 단계의 문. 문은 문을 여닫는 그런 권한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여기에 이 사람(국민이 아닌 사람)이 주체로서 이 사람이 원하고 이 사람이 되고 싶으면 여기(국민의 신분, 지위)까지 갈 수 있는 것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여기(국가, 정부)가 권한을 갖고 있고 어떤 사람은 들어오게 하고 어떤 사람은 배척하고 있습니다. 어떤 시스템으로 그렇게 되어 있는지? 왜 그런지를 생각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예요. 그런데 그것이 법적으로 생각하면 귀화. 귀화문제가 되지요. 이 마지막의 문이죠. 귀화에 대해서… 귀화에 대해서 지금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본의 귀화제도가 얼마나 나쁜 제도인지를 얘기하고 싶은 것 아니고, 물론 나쁜 제도이지만은 이 국가라는 것의 문(門)의 문제를 생각하는 좋은 재료로 이 얘기를 지금부터 드리겠습니다. 귀화에 대해서는 국적법이라는 법이 있어요. 국적법이라는 법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물론 전쟁 전부터 국적법이 있는데 지금의 지금 일본의 국적법은 1950년 국적법인데 우선 귀화라는 말부터 얘기 드리죠. 귀화라는 말 지금 쓰고 있는 나라가 일본하고 대한민국하고 대만? 아마도. 중국에서는 안 써요. 왜냐면 이 말 자체가 차별적이니까. 이 말 자체가 가지고 있는 차별성을 깨닫고 중화인민공화국에서는 안 쓰게 됐어요. 무자각적으로 쓰고 있는 나라가 일본하고 대한민국. 그리고 아마도 대만. 대만에 대해서는 제가 확인을 안 했습니다. ‘귀화’라는 말은 ‘화’가 (원래는) 변화의 ‘화(化)’가 아니고 ‘문명(華)’이라는 뜻입니다. 옛날부터. 중화(歸華)문명. 중국의 중화문명. 아주 그러니까 문명(華)에 귀순(歸)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왕화(王化)의 민(民)’이라는 왕화의 백성이라는 말이 있는데 ‘문명화된 야만인’이라는 뜻이에요. 역사적으로. 중국에서는 중국 중심부의 문화가 가장 높은 문명이고 주변의 야만국들이 있고, 야만인들이 있고 이 주변의 야만인들이… (말하자면) 뭐, 무슨 만주나 몽고나 이런 거지. 남만(南蠻)이라고 해서 원래 지금은 베트남 사람인데 이런 사람들이 ‘높은 중국의 문명을 존경해서 그 아래에 전부 복종한다, 복종하면 받아들이고 중국사람으로 대우해 준다’는 것이 귀화의 원래 뜻입니다. 귀화라는 말을 일본의 국어사전도 보면 군왕(郡王), 군주죠? 군주-왕의 높은 문명에 대해서 귀순하는 것으로 원래는 그렇게 되어 있어요. 그러면 지금의 왕이란 것이 누구냐 하면 일본에서는 천황이에요. 그러니까 천황의 높은 문명에 귀순하라는 것이에요. 뜻 자체가. 말의 뜻이. 그런데 그것이 한국도 지금 쓰고 있는 것이 아주 아이러니컬한 그런 상황입니다. 그냥 국적취득이라고 하면 왜 안 될까? 국적취득이라는 것이 영어로는 naturalization 이죠. 그러니까 식물을 이식하는 것. 거기서는 문명이 높거나 낮다라는 그런 가치관이 없어요. 안 들어가 있어요. 그런데 여기가 귀화라는 말이 그거에요. 그러니까 귀화라는 말을 쓰지 말아야 하고요. 귀화에 대해서 (일본의 상황과 연결시키면) 여기 (제가) 일본 국적법(을 갖고) 있는데 ‘귀화는 법무부 장관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고 되어 있고요, ‘법무부 장관은 다음의 조건을 갖추는 외국인이 아니면 그 귀화를 허가하면 안 된다’고 되어 있어요. 그 조건들은 ‘① 계속해서 5년 이상 일본에 살고 있는 것, ② 그리고 나이 20살 이상으로 본국법에서 능력자일 것, ③ 소행(所行) 선량(善良)할 것. ④ 그리고 자기 아니면 배우자, 기타 인척의 자산으로 생계를 할 수 있는 것. 그러니까 돈이 있는 것. ⑤ 그리고 일본 국적 취득하면 원래 국적을 상실할 것. 이중국적이 될 경우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중국적은 철저히 허용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러니까 이것이 어떤 것이냐 하면은 A라는 나라 있고 일본 있으면 A 국민이 일본으로 일본 국적으로 귀화하려고 했을 때 일본 국적으로 귀화했으면 A 국적이 없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없으면 귀화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A 나라하고 일본하고 이중국적(이) 될 경우는 허가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독점적으로 자기 나라 국민이 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섯 번째(⑥)가 여러분께서는 이해하기가 조금 어려울 건데 ‘일본국 헌법 시행날 이후에 있어서 일본국 헌법 혹은 그 아래 성립된 정부를 폭력으로 파괴할 것을 시도했거나 아니면 이런 주장을 하고 혹은 이것을 시도했고 주장하는 정당 아니면 그 단체를 결성하고 아니면 그에 가입한 적이 없는 사람’ 이렇게 되어 있어요. 이것이 파괴활동방지법이라는 법에 걸려서는 안 된다. 이거 바로 일본 공산당하고 조총련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일본에서는 여섯 가지(①~⑥) 이렇게 조건이 있는데 여섯 가지 조건 중에서 여섯 번째가 지난 번 말씀드린 해방 직후에 일본의 상황에 있어서 (해당되는 것인데) 일본에서의 조선사람도 일본 공산당 당원이었어요. 그때는 일국일당주의가 아니고요, 그 때 일본 공산당 당원으로 일을 하던 조선사람들이 많았어요. 많았었다기 보다 주로 그런 사람들이 제일 앞서서 투쟁을 했어요. (바로) 이런 사람이면 (귀화가) 안 된다, 이 단체에 가입한 채 귀화하면 안된다는 겁니다. 아주 정치적인 목적을 여기서 명백히 하고 있지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뭐냐?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은 이거 하나 하나 보다는 재량, 자유재량이라는 것입니다. 뭐냐면 ‘이런 조건이 갖추는 외국이이면 귀화허가를 얻을 수 있다’고 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이런 조건을 갖추고 있는 외국인이 아니면 허가하면 안 된다’ 이렇게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여섯 가지의 조건이 있으니까, 갖추고 있으니까 당연히 허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라는 것 아니고 갖추고 있어도 이 사람의 허가를 허용하는지 아닌지는 어디까지나 일본 정부의 권한에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것이 아주 중요한 거예요. 어떤 시험처럼 점수가 일정 수준 위에 있으면 당연히 어떤 권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아니고 이미 벌써부터 내부에 있는 ‘국민들의 정부’가 아주 자유적인 최대한의 재량권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사람을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지 그냥 배척하는지에 대한 자유재량권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그 이유를 (굳이) 하나 하나 설명할 의무가 없어요. 일본 정부가. 예를 들어서 재일조선인이 귀화신청했으면 적어도 결과가 나오기까지 한 2년 정도가 걸린다고 해요. 2년간 기다리고 있지. 2년 후에 전화가 걸려오고 법무부에서 뭐, “축하합니다. 허가가 되었습니다.” 하는 경우도 있고요, 또 “안 되었습니다.” 하는데 그 이유는 설명 안 해요.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없어. “법무부 장관께서는 그런 결단, 결과를 내셨습니다.” 하는 거예요. 보면 전부 다 이거에요. 비자 주는 것도 여기서. 다 정부의 재량권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한국도 마찬가지겠지요. 국적법도 일본 국적법을 모범으로 만들었으니까. 그러니까 귀하에 있어도 일일이 하나 하나에 문제가 있다는 것 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것(재량권), 그리고 소행선량(所行善良)이라는 그런 아주 애매한 항목이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자기 멋대로 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이 (일본국적법입니다.) 이미 내부에 있는 사람은 이렇게 되어 있는 것에 대해서, 아주 간단한 구도인데(도 불구하고), 이 구도에 대해서 깨닫기 힘듭니다. 특히 일본사람은 흔히 우리에게 “왜 귀화하지 않느냐?” 하지만, 물론 귀화하고 싶지가 않지만 “왜 하지 않느냐?” 하는 것은 이 사람(기존 국민, 그리고 그 국민의 정부)에 주도권이, 결정권이 있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지요? 너는 왜 귀화하지 않느냐? 그런데 저에게 그런 물음을 던지고 있는 사람이 권한을 가지고 있는 거예요. 이 사람들(국민들)이, 이 사람들의 정부가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이니까. 이 사람들의, 이 국민들의 정부가 어떻게, 어떻게 해서 성립되어 있는지 선출되어 있는지가 물론 문제지만, 일본 보수 정권을, 이시하라 신타로를 70%의 국민들이 지지하고 있고요, 지금 고이즈미, 아베에 대해서도 아주 높은 지지율이 있으니까 (바로) 이 사람들이 골라놓은 거지. 이 사람들의 정부가 권한을 가지고 있고 누구는 들어오게 하고 누구는 배척하고 있다는 것을 아주 간단하지만 이것부터 인식해야 한다는 겁니다. 국민됨에 대하여 그렇게 해서 국민에(게)는 항상 국민의 외부가 있기 때문에 국민이라는 개념이 성립됩니다. 국민이 아닌 사람이 있어야지 국민도 있을 수 있다는 거죠. 국민이면 국민의 의무하고 권리가 있지 않습니까? 아주 간단한 얘기지만, 너무